top of page
Follow.jpg

   “돈을 벌고 싶지 않니?” 

 

   당연한 소리를.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홍중은 일어나지 않은 채로 눈을 모로 떠 올려다봤다. 자신을 다 가릴 만큼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눈은 웃지 않고 입꼬리만 당겨 올린 것이 조금 섬뜩하다고 생각했다. 

 

 

   하멜른에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영주의 부역에 끌려가 시달리다 죽거나, 먹을 것이 부족하여 굶어 죽거나, 아니면 병이 돌아 죽거나. 혹은 자식이 너무 많아 감당하지 못해 굶주린 아이들이 제 발로 뛰쳐나오거나. 홍중은 마지막 경우에 속했다. 먹을 것이 필요했고 돈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집을 나와 닥치는 대로 일을 구했다. 또래보다 덩치가 작아 미심쩍은 시선을 받곤 했지만 손끝이 야무져 곧잘 해내곤 했다.  

   그야말로 생활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낡아빠진 옷과 일을 하면서 생긴 상처들은 별 것도 아니었다. 일당을 받으면 꼭 필요한 액수만 제외하고는 아껴뒀다. 언젠가 돈을 많이 모으면 당당하게 집에 돌아가리라. 그 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 다행히 비슷한 처지가 여럿이라 조그만 집을 구해 같이 모여 살았다. 같이 산다고 하여 믿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두어 달 전에는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된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으며, 같이 사는 아이들은 모두 그 행방을 모른다 말했고 새벽에 한 명이 그를 불러내어 나가는 것을 목격한 홍중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흔했다. 

   무슨 일이든 제법 잘 하는 편이었지만 나이 탓인지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적어도 가족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자신 있게 내보일 만큼은 모으지 못했다. 늘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있었으니 마을의 소식에 민감했다. 어디에서 공사가 있다더라, 영주가 농사일을 할 사람을 구한다더라, 성벽을 수리한다더라, 다른 도시에서 건너 온 상인이 일꾼을 찾는다더라, 같은 소식들. 늘 광장을 어슬렁거리며 일자리를 알아보곤 했다.  

  

   그러나 한동안 무슨 일인지 일거리가 생기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렇게 가다간 모아둔 돈을 써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전에 일을 했던 곳에 찾아가 혹시 사람을 구하지 않느냐 물어봤지만 거절만 다섯 번을 당했다. 아무리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지만 일거리가 끊기니 그보다 막막한 일이 없었다. 어찌 해야 하나,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 뜯던 참이었다. 광장의 중심에 있는 분수대에 걸터앉아 앞날을 고민하던 홍중에게 그가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성화라고 했다. 아주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자신을 따라 오겠느냐 물었다. 그 말에 혹했던 것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말을 하는 얼굴에 넘어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타입의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잘생겼어.” 

 

   빵 끝을 떼어 입 속에 넣고 우물거리는 홍중을 주변에서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겨우 그런 이유로 받아들였다는 거야?” 

   “겨우라니. 돈이 먼저라니까.” 

   “아니, 돈을 얼마나 준다길래.” 

   “아주 많이 준다고 했어.” 

   “이것 봐. 정확한 액수도 안 듣고 하겠다고 한 건 얼굴 때문인 거네.” 

 

   그 말에는 딱히 받아 칠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그런 것도 같았다. 

 

   “위험하지 않겠어? 쾰른에서 온 사람이라며.” 

   “어차피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것도 딱히 안전하지는 않잖아?” 

   “…….” 

 

   다들 무슨 뜻인지 이해했기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싸해진 분위기에 홍중은 조금 머쓱해져 땅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발로 긁어 모았다. 머리 속으로는 그가 같이 떠날 아이들을 불러 모아 3일 뒤에 출발한다고 했던 말이 맴돌았다. 그래도 얼마간 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였지만-들인데, 이들을 두고 혼자 따라가자니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혹시 같이 갈 생각이 없는지 물으려 입을 떼기 전 저 구석에 앉아 있던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유난히 말라 보는 사람마다 걱정을 했지만 용케도 지금껏 살아 남은 놈이었다. 

 

   “너희들은 안 갈 거야? 안 그래도 요즘 일거리도 없는데.” 

   “하긴, 나도 며칠째 공쳤어.” 

   “너도? 나만 그런 줄 알았네. 모아 둔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저마다 돈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였다. 이야기는 점차 그 사람을 따라가느냐, 마느냐로 나뉘다가 따라가자는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준다잖아.” 

   “그걸 어떻게 믿어?” 

   “쾰른에서 온 사람이라잖아. 쾰른은 아주 큰 도시야. 아마 돈이 많은 사람일 거야.” 

   “그런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겠냐고.” 

   “글쎄, 우리 같은 애들한테 일자리를 주려나 보지. 자선사업, 뭐 그런 거 아닌가?” 

   “그런가?” 

   “뭣보다 지금 이 마을에는 일자리가 없어. 내가 얼마 전에 들었는데, 동쪽으로 가면 떼돈을 벌 수 있대.” 

   “동쪽에 뭐가 있는데?” 

   “그건 모르겠지만… 아 맞다. 피터 아저씨가 얼마 전에 돌아왔잖아, 매일 먹을 걸 구걸하고 다니더니 사라져서 다들 죽었구나 싶었던. 갑자기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는데, (맞아, 나도 봤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뻔 했지 뭐야.) 마을 사람들이 얘기하기로는 동쪽으로 가서 돈을 아주 많이 벌어 왔대.” 

 

   홍중은 얼마간 귀를 기울이다가 옷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툭툭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고, 주위를 둘러본 홍중이 쾌활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랑 같이 그 남자를 따라 갈 사람?” 

 

 

   3일 뒤 광장에 모인 수는 홍중의 예상보다 많았다. 마을 안의 아이들은 전부 모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주변을 지나치는 어른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리곤 했다. 홍중은 얼굴이 익은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그가 오겠다고 했던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언제까지 오면 되는 거죠?” 

  

   그는 홍중이 입을 열기까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슬쩍 훔쳐본 바에 따르면 그는 제법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홍중이 그렇게 물어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해가 십자가 끝에 걸릴 때.” 

 

   그가 손을 들어 광장 한편에 있는 교회 건물을 가리키자 홍중은 그 손가락을 좇아 시선을 올렸다. 가늘고 곧았다. 일을 해본 적 없는 손이었다. 걸치고 있는 옷도 부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공중에 던지자 교회의 지붕 끝에 매달려 있는 십자가 사이로 햇빛이 강하게 비껴들어와 눈이 부신 바람에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3일 뒤에 보자.”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점점 멀어져 갔고, 홍중은 그의 뒷모습이 점처럼 작아질 때까지 시선을 놓지 못했다.  

 

 

   “그 사람,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글쎄, 따라가보면 알겠지. 아니면 중간에 돌아오면 되잖아?” 

   “어디로 갈 줄 알고.” 

   “어디든 살려면 살 수 있겠지.” 

 

   걱정 어린 작은 말소리들이 들려왔으나 홍중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렴 좋았다. 이 곳에서의 생활이 제법 지겨워지기도 했고, 그의 말대로 큰 돈을 한 번에 벌 수 있다면 그 돈으로 바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집을 떠나온 지도 3년 정도 지났다. 돌아간다 해서 반겨줄 가족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입가에 쓴웃음이 어렸다. 가라앉은 기분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들어 교회 꼭대기를 바라봤더니 어느새 해는 십자가의 끝에 닿을듯 말듯 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다들 모여줬구나. 착한 아이들이네.” 

 

   어린애 취급이라니, 발끈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그의 나이가 몇인지는 몰랐다. 처음 봤을 때는 몇 살 정도 더 많은 것 같았지만 또 자세히 보면 제 또래 같기도 했다. 아니,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가늠이 가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그의 이름뿐이었다. 어쩌면 그마저도 진짜 이름이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것뿐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먼 길을 걸어가게 될 거야.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자신이 없으면 지금 돌아가도 좋아.” 

 

   그는 친절한 얼굴로 말했고 모여 앉은 아이들 중 몇 명이 눈치를 살피는 듯했지만 선뜻 일어나 빠져 나가는 아이는 없었다. 그 광경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고 있는 어른이 몇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어른들은 함부로 그에게 뭐라 말을 하지 않았다.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도 아니었으므로. 

 

   “다른 질문이 없으면 곧 출발하도록 할게. 짐을 챙기도록 하자.”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손짓을 했다. 홍중도 얼마 안 되는 짐보따리를 고쳐 묶고 옷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다들 옷을 챙겨 입거나 짐을 챙기는 등 어수선한 속에서 누군가 물었다. 

 

   “당신을 따라 가다가 놓치면 어떻게 하죠? 우리는 길을 모르는데요.” 

 

   피터 아저씨 이야기를 꺼낸 아이였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약간 두려운 모양이었다. 홍중도 그 대답을 기다렸다. 놓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해두긴 했지만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는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하더니 품 속을 뒤적여 뭔가를 꺼냈다.  

 

   “이걸 불어줄 테니 소리를 따라오렴.” 

 

   그 크기가 작아 멀리 떨어져 있던 홍중은 눈을 찌푸리고 나서야 겨우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피리였다. 

 

 

   “언제까지 계속 가야 하는 거야?” 

 

   누군가 물었으나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그를 따라 계속 걸었으나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숲 하나를 지나왔고, 저 멀리 산 하나를 보았으며, 언젠가는 작은 호수를 보기도 했다. 밤이 되면 걸음을 멈춰 짐을 베개 삼아 누워 잠들었다가 동이 트는 것이 느껴지면 눈을 떠 다시 일어나 걸었다. 하루에 두 번 식사시간이 있었고 그는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들을 나눠 주곤 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기뻐하며 받아 먹었으나 점점 하나 둘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먹을 것은 어디서 나는 걸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왜 아무 것도 없는 길로 걷는 걸까? 

   정말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 걸까?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점차 불안해진 것은 홍중도 마찬가지였기에 하루는 식사 시간을 틈타 그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마을을 떠난 지 여섯 일째 되는 날이었다. 성화는 늘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 식사를 하곤 했기에 홍중은 자신의 몫을 들고 주변을 살피며 성화가 있는 쪽을 찾아 나섰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결과 저 멀리 보리수 밑에 앉아 멍하니 빵을 뜯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걸음을 재촉해 다가가자 발소리가 들렸던 모양인지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무슨 일이야? 빵이 모자라니?” 

  

   홍중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냥요.” 

   “그냥?” 

  

   성화는 홍중의 얼굴과 손에 들린 빵을 번갈아 보더니 몸을 조금 움직여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홍중은 별 말 없이 성화의 옆에 앉았다. 반 정도 먹었을까, 입 안이 텁텁해지기 시작했다. 때맞춰 건네주는 물을 두어 모금 마시고 나니 그제야 살만했다. 

 

   “힘든 건 없어?”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는지 그 분위기를 깨려는 듯 먼저 말을 걸어왔다.  

 

   “딱히 힘든 건 없는데,” 

   “그렇다면 다행이네.”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예요?” 

  

   그 말에 성화가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한참 어른인 줄만 알았는데 저런 표정도 짓는 사람이구나.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자신과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 듯한 어린 얼굴이었다.  

 

   “왜냐니.” 

   “이상하잖아요. 애들만 모아서 어디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데려가고 있는 게.” 

   “…넌 제법 똑똑하구나.” 

   “무슨 의미예요?” 

   “그렇게 물어 본 아이는 지금껏 없었는데.” 

 

   입가에 묻은 빵조각을 털어내며 웃어보이는 얼굴에 순간 등이 서늘했다.  

 

   “알려줄까?” 

 

   어쩌면 그 후에 가까이 다가오는 얼굴이 더욱 긴장하게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이건 지나치게 가까운데,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눈꺼풀을 덮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으나 이내 입술 위로 닿은 포근한 느낌에 그럴 생각을 접었다. 이게 아닌데, 따져 물으려고 했었는데… 

 

 

   “진짜야?” 

   “진짜라니까.”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눈을 흘기는 홍중을 보고 성화가 퍽 억울한 표정을 했다. 사실은 그런 반응이 더 재밌어서 일부러 더 못 믿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성화는 한숨을 폭 내쉬더니 품 속을 뒤적여 종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대충 봐도 정갈한 글자체며 복잡하게 생긴 도장이며 성화가 얘기한 ‘높으신 분이 쓴 문서’임이 분명했다. 물론 홍중은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일하며 생긴 눈치로 대충 그렇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성화의 말에 따르면 어느 높으신 분(분명 누구라고 얘기했던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아 곧 잊어버렸다.)이 하멜른에 있는 아이들을 대피시키란 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 이유도 듣긴 했지만 너무 복잡하여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성화에게 다시 물어보진 않았다. 아무튼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초리를 피해 아이들만 빼내기 위해선 작전이 필요했고, 그 작전을 위해 성화가 투입된 것이라나 뭐라나. 성화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말로 아이들을 꾀어내어-성화는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달리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얼굴로 날 꼬신 건 맞잖아? 내가 언제? 아니라고는 못할 걸? 와 어이없네. 그 때 잘생긴 얼굴 했잖아. 무슨 소리야, 난 평소랑 똑같았다고. 네네. 너 진짜-열흘 정도는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성화의 나이는 홍중과 비슷했다. 어른스러워 보이면서도 아이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기 위해 차림새를 신경썼다고 한다. 나이를 알고 나서 그 전까지 존대를 했던 것이 억울해져서 바로 반말을 하고 존대를 한 적이 없었던 척했다. 가끔 성화가 본인이 불리할 때가 되면 존대할 땐 귀여웠는데, 말을 꺼냈지만 홍중은 모른 척하며 화제를 돌렸기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피리는 언제 배운 거야?” 

   “작년에 잠깐.” 

   “흐응, 그런 것치곤 꽤 잘 불던데?”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내 애인.” 

 

 

 

 

 

1284년 6월 26일, 하멜른 시내에서 130명의 어린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bottom of page